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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Life’에서 ‘표류’ 하더라도 ‘I believe’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왜 세 곡을 묶어서 감상하나...하시겠지만
이 세 곡의 흐름이 좋아서요:)
부제를 적어볼까...한다면
‘小我’와 ‘大我’의 충돌, 그리고 ‘無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입니다.
무슨 얘기 하는 거냐고요?
최대한 잘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 세 곡은 위 제목처럼
‘Life’ 속에서 ‘표류’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는
끝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I believe’
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구조를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라이프와 표류에서는 ‘삶’ ‘죽음’ ‘외로움’이 주요 키워드입니다.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가 사는 세계는 어떻고, 나는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서 고민하는 내용들입니다.
처음 라이프에서는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데요,
삶의 불확실성, 불완전성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처음 시작부분에서
술 한 잔 딱 들이키고 느꼈어
산다는 건 외로움을 알아감의 연속
주변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건 없건
내 안의 작은 나는 언제나 외로웠어
-‘Life’ 中
라며 ‘내 안의 작은 나’를 언급합니다.
또한
이 넓은 우주에
끝없이 표류해
끝없이 표류해
Lost in life
-‘표류’ 中
여기서 저는 ‘小我’를 떠올렸는데요,
이런 뜻으로, 大我와는 다른 것입니다.
불교 종파에서 나온 개념으로
대아는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으로서의 ‘나’
그리고 소아는 개인적인 ‘나’입니다.
이 둘은 삶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는데요,
일부 사람들은 소아를 이기고 대아를 찾아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결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해요.
무튼 이 두 곡의 흐름에서
준이는 우주 속에서 소아와 대아의 대립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당도하게 되는 ‘I believe’.
거기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쨌든 자신을 믿고 나아가겠다는 그의 결론은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71-
자신만을 믿고 외로이 홀로, 나아가겠다는 그의 마지막 결론은
불교에서 중시하는 無我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아는 어떤 것도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주관과 객관의 대립에서 소멸과 해탈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준이가 마지막 트랙에서
(Keep walk’n) 난 날 잊기보단 믿겠어
내가 어디 있어도 무엇을 하더라도
I believe I believe
내가 어디 있어도 내가 나를 지켜줘
I believe I believe
-‘I believe’ 中
자신을 ‘날 잊기보단 믿겠어’라고 말하며
어느 하나를 우선시 하기보다는
그 대립에서 무아로 나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체없는 무언가에 기대기보다
자신이라는 존재를 믿겠다는 것이죠.
외롭지만...인생은 결국 홀로 나아가야 한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는 인생에 자세 같았습니다.
전체적인 구성 얘기는 여기까지.
그럼 몇 가지 제가 좋아하는 가사들을 볼게요.
먼저 ‘Life’에서.
외로움의 반대말은 왜 없을까
사람은 죽을 때까지 안 외로울 때가 없어서일지 몰라
주변이 시끌벅적하게 넘치는 듯하다가도
혼자여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와
Yeah that’s life
-‘Life’ 中
외로움의 반대말은 왜 없을까요??
외로움은 뭔가요?
먼저 여기서 준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외로움은 무언가가 결핍된 상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 자체로 외로움은 완전해요.
그리고 그 자체가 바로 인생이죠.
이 얘기는 김소연 시인의 <반대말>이라는 시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
눈동자 손길 입술, 너를 표현하는 너의 것에도 반대말은 없다
마침내 끝끝내 비로소, 이다지 애처로운 부사들에도 반대말은 없다
나를 어른이라고 부를 때
나를 여자라고 부를 때
반대말이 시소처럼 한쪽에서 솟구치려는 걸
지그시 눌러주어야만 한다
나를 시인이라고 부를 때에
나의 반대말들은 무용해진다
(...)
-'반대말' 중
그녀는 반대말이 있는 말들이 솟구치려 할 때는
그것을 누르고 반대말이 없는 말로 나를 부르죠.
‘시인’ ‘눈동자’ ‘손길’ ‘입술’ 등등 처럼
너를 표현할 때는 반대말이 없는 것으로...
외로움은 이처럼 준이에게 피할 수 없는 세계이자
바로 자기 자신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삶의 불안정함에 대한 부분도 있죠.
우리 위험 속에 살어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댓가로
방탄조끼도 가로등도 튼튼한 차도
우릴 완벽히 죽음으로부터 지켜주진 못하죠
모두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담보로 하기에 삶은 더 아름다운 것
빛도 어둠이 있어야 진정 빛이듯이
거친 폭풍우 뒤 햇살 비치듯이
-‘Life’ 中
여기서는 삶의 그런 이원성과 불안정함이
오히려 삶을 더 아름답게 해준다고 말합니다.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그 자체를 껴안고 있어요.
그리고..
죽기 위해 태어난 걸까
살기 위해 태어난 걸까
죽기 위해 태어난 걸까
살기 위해 태어난 걸까
죽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죽는 걸까
내 이름 위에 붙은 명찰
그건 삶일까
죽음일까
-‘Life’ 中
삶과 죽음은 어떤 관계일까요?
준이는 표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난 태어나버렸다는 게 두려워
죽음은 너무 아파
현실은 너무 막막하고
-‘표류’ 中
내가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나버린’ 것이죠.
그렇게 ‘내던져진’ 세상에서 나는
죽기에는 너무 아프고
살기에는 현실은 너무 막막합니다.
준이의 이런 현 상태는 모두가 겪고 있는 실존적인 문제이지요.
준이는 지속해서 이렇게
삶-죽음의 관계와 그 자체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리고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지막 트랙에서 자신의 결론을 만들어내죠.
내가 어디 있어도 무엇을 하더라도
I believe I believe
내가 어디 있어도 내가 나를 지켜줘
I believe I believe
-‘I believe’ 中
내가 어디에 있건 내가 나를 믿고 지키겠다고요...
소아와 대아의 대립에서
그 자체를 넘어가 버립니다.
내 꿈 내 존재 자체를 의심한 적은 있어도
내 목소리만큼은 의심한 적이 없어 so real
내 세상에선 내가 신이야 that not a deal
등수로 따지면 I’m 1
How you feel babe 넌 너가 너의 주인임을 믿어?
(...)
우린 밖을 보는 데에만 너무 익숙해
내 안에 은하수가 있는데
-‘I believe’ 中
내 존재에 대한 의심,
즉 실존적인 고민을 하더라도
내 ‘목소리’를 믿고 가겠다.
준이에게 자신의 목소리는 자신을 증명하고
자신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그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밖의 우주를 보기보다는
내 안의 우주를 보라고 하죠.
사실 그 밖의 우주나 너의 안의 우주나
같은 단 하나의 것임을 언급하면서요.
멋져요.
결국 첫 트랙 ‘목소리’에서 시작해
다시 그 ‘목소리’를 언급하며 ‘I believe’에 당도하네요.
그리고 다시 마지막에
그 ‘I believe’의 ‘I’는 목소리임을 말하고요.
언제나 고민하고 방황하는 그를 응원합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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