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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23일 발매된 RMplaylist. <mono>

 

이번 글에서는 각 트랙에 대한 개별적인 감상을 얘기하진 않으려 합니다.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결성, 완성도를 중시했다는 준이의 말을 되새기면서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감상만 짧게 남기려고 해요.

 

사실 처음 들었을 때와 두 번 들었을 때 느낌이 매우 달랐고, 반복해서 들으니 더 복잡하고 다양한 감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너무 개인적인 심상들이라 포스팅 할 만한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준이가 16년도에서부터 18년도까지의 자신을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mono를 발매했다고 하는데, 저도 그저 이제는 내 인생 플레이리스트가 되어버린’ mono의 흐름에 대해 짧게 정리해보고자 글을 남겨봅니다.

 

 

 

1번 트랙 Tokyo는 제목만큼이나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무언가를 일깨우는 듯한 소리로 시작해 휘파람 소리로 마무리를 짓는 이 곡은 마치 부유하는 자아를 소리로 빚어낸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가사 중 가장 귀에 들어온 단어, ‘homesick’. 전체적인 사운드에서도 가사에서처럼 그리움의 정서가 강하게 풍겨왔습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 그리움은 먼 타지가 아닌 자신이 현재(당시) 살고 있는 2번과 3번 트랙의 소재와 이어집니다.


 

2번 트랙 Seoul3번 트랙 Moonchild준이가 사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울은 준이가 사는 도시이고, 밤은 준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이죠. 그리고 이 시공간에 대한 준의 양가적인 감정과 생각이 드러납니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그곳. 서울에 대한 애증의 감정은 후렴구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I love you seoul,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I hate you seoul”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서울 곳곳의 명소들과 그를 묘사하는 잿빛’, ‘비린내와 같은 공감각적 심상들이 그 양가적인 감정을 강조하고 있어요.

또 밤, 혹은 새벽 역시 준이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주는 시간이죠. 반짝반짝 아름답지만 동시에 그래서 더욱 잔인한 야경. 그 야경을 보며 위로받는 나와,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야경으로 위로가 되는 것. 밤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시간이에요.

우리에겐 누구보다 밤의 풍경이 필요해,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너만이 날 위로해

야경이라는 게 참 잔인하지 않니. 누구의 가시들이 모여 펼쳐진 장관을 분명 누군가 너의 가시를 보며 위로 받겠지

 

그렇게 자신을 둘러싼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흘러나오는 4번 트랙 badbye.

이 트랙은 준이가 v앱에서 말했던 것처럼 앨범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다리와 같은 역할이라기보다 오히려 터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터널. 마치 지상으로 달리던 열차가 지하로 내려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요. 이 트랙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대상은 준이를 둘러싼 시공간, 즉 외부적인 것에서 준이의 내면으로 바뀝니다. 준이의 내면으로 이어지는 통로, 아주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듯이 어둡고 울림이 가득한 느낌을 주었어요.

 

그래서 당도한 5번 트랙 어긋(uhgood).

이 트랙은 자신의 바람과는 어긋나는 현실을 말하며 내면의 외로움을 드러냅니다. 저는 13년도 발매된 Born singer에서 “i dunno, 세상의 기대치와 너무 비대칭할까봐 두려웠어라는 준이의 가사가 생각났어요. 이상과 현실의 어긋남에 대한 두려움은 데뷔 때나 지금이나 이어져 오고 있네요.

“I feel so lonely when I’m with me” 직접 가사에서도 언급하듯이 이 트랙에서도 결국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털어놓는데요, 내 이상과 현실, 너무 멀고먼. 그래도 다리를 건너 내게(네게) 닿고 싶어 진짜 내게(네게)” 하지만 그럼에도 준이는 닿고 싶어 합니다, 나 혹은 너에게. 내와 네가 같은 발음이라는 Love의 가사가 생각나면서, 이 의미의 중복으로 생겨나는 모호함은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 대상이 무엇이든 준이는 괴리를 좁히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이 모호함을 견디려 정의내리고 싶어 해요.


그런 혼란스러운 자신에게 건네는 말, 6번 트랙 지나가.

지금의 힘듦, 모든 것이 확실히 지나갈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되뇌이죠. 하지만 지나간다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금의 고통은 지나가도 다음의 고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끝나지 않는 고통의 굴레에 대해서 7번 트랙 forever rain이 말합니다.

는 준에게 슬픈 얼굴을 가려주는, 친구가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잘 지내냐며 안부를 물어주는 존재에요. 니가 내리면 외롭지 않아 너라도 내 곁에 있어줘 준은 그 비가 영원히 내려서 자신의 외로움을 가시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사에서 영원 따위 없는 걸 알고 있어라고 하면서도 마지막에 영원히 내려줘라고 말해요. 이뤄질 수 없는 것을 소망하며 노래가 끝이 나죠.

끝나지 않을 외로움, 언젠가는 그칠 비의 영원함을 바라는 이 노래에서 암담한 좌절 보다는 오히려 덤덤한 희망을 느꼈다면 저만의 독특한 감상일 뿐일까요. 이상하게도 저는 이 모든 트랙을 듣고 나서 고독함에 쓰라리기보다 누군가도 나와 같다는 생각에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준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질 내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역시 모노는 들을 때마다 매일 감상이 바뀌네요:)

 

추신1. 준이는 결국 해냈구나. 그 지침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

추신2. Rkive에서 시작될 이야기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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