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금부터 [RMer project] 말머리를 달고 올라오는 글은 RMer 북에 실린 저의 개인 콘텐츠입니다. 방탄소년단의 RM, 김남준의 믹스테잎 3주년을 맞아 진행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책에 실린 것과는 약간 다르게 편집되어있음을 알려드립니다.


PART1에서 PART5까지 있습니다.


PART5는 도입부와 기.승.전.결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 글은 기.승.전.결 부분입니다. 도입부는 바로 이전글입니다.



起 도대체 : 불가해한 것을 마주한 당혹감


 

신을 만난다면 얘기하겠어 삶은 주문한 적도 없는 커피라고

그 멱살을 잡고 말해주겠어 죽음은 리필이 안 되는 아메리카노

당신은 살아있단 확신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

나는 숨을 후 불면 입김이 나는데 창에 김이 서리긴 하는데

<always>

 

난 태어나버렸다는 게 두려워

죽음은 너무 아파

현실은 너무 막막하고

<표류>

 


RM의 가사 속 문제의식은 불가해한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도대체, 어째서? 삶에 내던져진 존재로서의 인간은 모든 게 당혹스럽죠. 내가 선택한 적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을 마주한 순간, 가사처럼 두렵고 막막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삶과 죽음 사이, 그 어딘가에 자리한 인간에게 닥친 현실은 너무 막막하죠.

 

만약 이런 문제 상황에서 불가해한 것들에 대한 당혹감을 느낀 인간이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에 귀의하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기승전결의 起에서 마무리 지어질 겁니다. 이 모든 세상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지고 나의 시련도 누군가가 부여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물론 당연히 RM은 신이나 종교에서 답을 구하진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당혹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느끼는 에 집중하죠.

 


예나 지금이나 믿음을 원하는 건 매한가지

그땐 눈이 멀었지만 이젠 나는 나를 봤지

날 구원하는 것도, 날 밀어 넣은 적도

까마득한 절벽도 다 전부 다 나야

<God Rap>

 


인간에겐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미래를 위한 믿음이 필요해요. <God Rap>에서도 말하듯 한때 아무나 추앙하며 믿음을 갈구했던 RM은 이제 눈을 돌려 자기 자신을 바라봅니다. 내가 느끼는 이 불안감을 밖에서 찾기보다 안에서 찾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보다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신, 누군가에겐 운명, 누군가에겐 우연이라 불리는 것들이, RM에겐 자신입니다.



때문에 : 삶의 양가성


 

죽음을 담보로 하기에 삶은 더 아름다운 것

빛도 어둠이 있어야 진정 빛이듯이 거친 폭풍우 뒤 햇살 비치듯이

We wanna be right but always wrong We tryna be bright but always dark

()

세상은 한 장의 데칼코마니. 내 편 같았던 놈이 더 악랄한 적으로 변하곤 하지

종이 접듯 관계를 접어버리면 끝나는 일. 걘 순식간에 반대편에서 날 비웃고 있지

<Life>

 

나도 가끔 혼란이 와 나란 놈은 무엇인가 때론 참 천사 같기도 악마 같기도 하지만

모든 것은 양립해. positivenegativity 세상과 날 이끄는 건 결국 그 두 놈의 시너지

<I believe>

 

그런 RM이 눈 돌린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한 것은 양가성입니다. 모든 것이 데칼코마니처럼 맞은편에는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자리하죠. 빛과 어둠, 천사와 악마, positivitynegativity처럼요. 세상이 그토록 불가해한 것도 이런 양가성 때문이겠죠. 항상 옳고 싶었지만 틀리고, 밝고 싶었지만 어두울 수밖에 없는.

 

ocean, dessert, the world

everything is the same thing, different night

<바다>

 

항상 옳고 행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행복과 불행, 희망과 시련이 애초에 하나였기 때문일 거예요. 희망이 있는 곳에 반드시 시련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죠.

 


인간은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생각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는 것 같다. 그 점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다른 세계를 지배하도록 만들어준 원동력이라고 한다. 사랑하면서 이별을 생각하고 성공이라 느낄 때 추락과 실패를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우리 유전자 안에 있다.

2018.01.28. 연합뉴스 인터뷰 中


 

화양연화 on stage VCR에서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양가성에 대해 언급했어요. 원동력. 이런 양가성은 인간의 원동력이 돼요. 하지만 동시에 딜레마는 또 다른 혼란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다를 수밖에 없고, 가끔은 그 괴리가 커지며 진짜 내가 누군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죠.



과연 : 딜레마 속 진짜와 가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든 간에 보여지는 게 우리가 계속 사회적으로 메시지도 던지고

지금도 우리 앨범 타이틀이 Love Yourself. 우리가 아무 뜻 없는 노래를 만들지는 않잖아

이렇게 하는 게 연기하면서 산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 거 같아

<Hidden skit : 망설임과 두려움>

 

나도 헷갈려 대체 어떤 게 진짜 난지

널 만나고 내가 책이란 걸 안 걸까 아님 네가 내 책장을 넘긴 걸까

()

가짜 나라도 좋아 네가 안아준다면

넌 내게 시작이자 결말 자체니까 네가 날 끝내주라

<Outro : Her>

 


딜레마를 바라본 RM은 이제 또 다른 문제의식에 봉착하게 됩니다. 천사와 악마,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나. 내 안의 나는 이렇게도 양가적이고 이중적인데, 밖에서 보는 나도 그러한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오랜 세월 한 가지 일을 지속해온 창작자로서,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노출되는 연예인으로서,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고민이 자리하고 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눈부신 성공 뒤에 필연적으로 드리워지는 그림자 같은 것이요.

 


우리에게도 어두운 감정이 있어요. 가끔은 이런 기록들에 부담을 느껴요. 기사에서도 그렇고, 사람들도 말해요. 와 넌 한국을 대표해, 한국을 유명하게 해.그럴 때마다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하지만, 아시잖아요. 전 여전히 이 작은 작업실에서 가사를 쓰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그게 다인 걸요. 아직도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2017.10.25. <Dazed> 인터뷰 中

 


사람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행복만 가득하지 않을 겁니다. 무대 위 조명이 밝아질수록 무대 뒤 그림자는 더 짙어질 수밖에 없겠죠.

 

누군가는 다 아는 것처럼 칭찬하고, 누군가는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비난하죠. 짐작하기론 데 찬양과 비난 속에서 그 어디에도 진짜 나는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히든 스킷에서 연기하고 사는 것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겠죠.

 

사람들에게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 때로는 나조차도 진짜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오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 가짜도 거짓은 아니다.

 


결론이네요. 사실 결론이지만 끝은 아닙니다. 다만 轉에서 시작된 새로운 국면의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고 해요.

 

가짜와 진짜.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둘을 구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 있죠. 진짜라는 건 본래부터 존재하는 어떤 진리라기보다, 어떻게 구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구성물일 뿐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진짜 나는 찾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몰라요.

 

설령 가짜라고 해도 그것을 거짓이라고는 부를 수 없을 거예요. 마치 수학의 허수처럼요.


허수는  사실 존재하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수학에서는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수식에서 사용하죠.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냈고 그것을 직접 사용하고 있으니, 이것도 거짓이 아닌 참인 거죠.

 

수학의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한다고 말하더군요. 수학의 세계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우리가 가짜라고 부르는 것들도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다면요.

 

단언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글에서만큼은 RM에게 확신에 가득 찬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단언컨대 한순간도 거짓된 삶을 살지 않았으리라고. 그리고 완전한 이해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함께일 수 있다는 걸요.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어요!

 

기억하나요? 2015827일 공식 카페에 올린 나를 사랑하기라는 글.

 


(공식카페 글은 유출 금지라서 생략하겠습니다. '나를 사랑하기' 글 중 '용서'와 '용기'에 대한 문다)


지난 V앱에서 말했듯이 이미 RM은 답을 가지고 있네요.

 

이 끝나지 않을 이야기의 다음 페이지를 어서 넘기고 싶어요!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