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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가 11월 13일 공식적으로 활동명을 랩몬스터에서 RM으로 바꿨죠.
많은 분들이 그러시더라구요.
주변 지인들이 준이가 활동명을 개명한 이유를 물으면 어떻게 짧게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ㅎㅎㅎㅎㅎ
이 포스팅은 그렇다고 딱히 답을 주려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준이의 개명이 아주 오랜 고민 끝에 이뤄진 것임을, 그리고 그 고민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11월 13일 팬카페에 글을 남기며 개명 사실을 알려왔어요.
(기사에도 실렸음으로 일부 길게 인용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 스스로가 지향하는 음악에 더 부합하고
보다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되는 'RM'이라는 이름으로 제 활동명을 변경하고자 합니다.
이미 여러 음악들과 믹스테잎을 RM으로 몇 차례 발표했었기에
몇몇 팬분들은 미리 짐작하셨을 수도 잇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오랜 시간,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마음과 관점으로
음악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오랜 시간 신중히 고민했습니다."
준이는 '스스로 지향하는 음악에 부합하는' 것이 RM이기에 개명했다고 밝혔어요.
또한 '열린 마음과 관점으로 음악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오래 고민해왔다고 말했죠.
준이가 말한 '지향하는 음악'이 무엇이길래?? 그리고 준이에게 랩몬스터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이길래??라고 묻는다면
일단 <힙합하다>라는 책에서 준이의 인터뷰 일부를 보면 이해하기 쉬워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 나서고 주목받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그런데 쇼맨십으로 휘어잡고 그런 걸 못 해요
저는 혼자 하나하나 만들고 고심해서 조심스롭게 보여주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가끔 제 이름과의 괴리를 느낄 때가 있어요
참 애증스러운 이름이죠
저는 이 이름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중략)
"저는 많은 걸 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노래도 불러요. (웃음)
농담이 아니라 이름이 랩몬스터인데 가끔 후회 할 때도 있죠.
내가 카뮈의 소설을 조금 빨리 읽었더라면 랩몬스터로 안 짓지 않았을까.(웃음)
그래서 요즘은 '랩몬'이나 'RM'으로 많이 쓰고 있어요.
진짜 나중에 이름을 이걸로 바꿀 수도 있어요.
바꾸는 시점이 오게 되면 이때 말했던 결심을 저질렀나 보다,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인터뷰는 빅히트 사무실에서 2016년 3월에 이뤄졌다고 해요.
그때부터 이미 이름에 대해 '애증스럽다'라고 표현한 준이는
점점 성장해오면서 그 이름이 본래의 자신과, 그리고 지향하는 바와 괴리가 심하다는 걸 느껴왔어요.
근데 저 인터뷰에서 말한 '카뮈의 소설을 조금 빨리 읽었더라면'은 무슨 뜻일까요?
그 부분도 인터뷰에 언급해요.
준이가 어떤 노래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자세로 음악을 할 건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언급이 됩니다.
"최근 이방인을 읽었는데 알베르 카뮈가 했던 이야기 중에
'가장 좋은 예술은 말을 적게 하는 예술이다. 여백을 남겨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여백을 스스로 채울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예술이다.'
이 말에 많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랩은 사실 자기 이야기를 아주 디테일하게 해서 그 맛이 있는 건데
저도 이거에 오랫동안 빠져 있다가 다른 시야를 갖게 된 거죠.
'내가 세상을 바꾸겠어! 내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겠어!'
이런 게 아니라 이 노래를 듣고 뭔가 인상을 받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것 같아요.
누군가의 삶에 잠깐이라도 족적을 남길 수 있다면 이미 음악으로써 그 기능을 충실히 다 한 것 아닐까요?'
(중략)
"어떤 문화나 정서는 각기 다르더라도 동시대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내 결핍과 희망을 이야기하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제가 어떤 메시지를 꼭 전달하겠다고 바운더리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카뮈의 이야기가 좋았던 건 그 함축적인 비유와 은유들 속에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
저도 앞으로 생각하는 데 있어서 제 모든 이야기를 꽉꽉 담아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덜어내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만연체가 아니라 간결체로 여러 가지를 말해보려고 해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시작했던,
(본인 피셜) 치기어렸다고 하는 시간을 지나서
준이는 이제 자신을 덜어내고
음악에 다른 사람들의 자리를 마련해놓고자 하네요.
늘 준이가 강조하는 '우리'가 있을 자리가 있는 그런 음악이요.
열린 마음과 관점으로요.
그리고 그런 준이의 음악적인 지향은 이름에도 영향을 주게 된 거죠.
- '진짜 나'로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과정 -
옛날에 준이는 온전히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며
세게! 강하게! 보이려 노력했어요.
10월 7일 LOVE YOURSELF 비하인드 V앱에서도 말했었죠.
자기 자신의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강하게 보이려 노력하다보니
'힘들고 불안하고 허점도 많고 잘못도 고치치 못했'었다구요..
하지만 이제 준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런 상태에서 온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화가 없어졌다고 말했어요.
물론 앞으로도 늘 준이가 말하듯 사막과 바다는 있을 것이고
그래서 불안하기도 할테지만
뭐 어떤가요
준이는 이제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모든 걸 겪을 테니
그 사막도 바다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거예요.
상반기 결산 시리즈에서도 말했듯
꾸준히 LOVE MYSELF 하고자 노력했던 준이의 메시지이죠.
<힙합하다> 인터뷰에서처럼 준이는 이 메시지에서도
우리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내 결핍과 희망을 이야기하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제가 어떤 메시지를 꼭 전달하겠다고 바운더리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준이의 음악을 우리는
각자 우리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겁니다.
준이는 그저 자신이 그랬음을 말하면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나의 방식으로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예요.
얼마 전 미국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재 준이에게 RM의 의미는 뭐냐고 물으니까 준이가 이렇게 답했어요.
(출처: 감자밭할매)
"REAL ME"
라고요.
어쩌면 RM으로의 개명은
준이가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사랑 받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 모두들 축하해주세요.
준이의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의 모습을.
그리고 축복해주세요.
진짜 나로서의 준이의 앞날을.
마지막으로 준이가 <힙합하다> 인터뷰에서 말했던
마지막 멘트를 보여드리면서 끝마치고 싶어요.
"5년, 10년 뒤에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되게 여러 가지를 하고 싶었구나, 근데 나름대로 잘 했네'
라고 생각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섞어 놨는데 꿀꿀이 죽이 아니라 맛있는 부대찌개다.
저는 욕심이 많아서 아주 뚜렷하게 하나를 이렇게 해야겠다, 이런 편은 아니에요.
근데 모르죠. 그게 독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 저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야 될 것 같아요.
그 방식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다듬고 다듬어서 다이아몬드의 알맹이만 보여 주고 싶어요."
P.S. (1) 윙즈 파이널 콘서트 본싱어에서
"얌마 네 꿈은 뭐야 나는 랩스타가 되는 거야"를
"얌마 네 꿈은 뭐야 나는 진짜 내가 되는 거야"라고 부른 걸 보고 오니
새삼 준이의 변화가 피부로 와닿더라구요.
P.S. (2) MMA 인트로 내레이션을 기억하시나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
하지만 우린 두려움에 가면을 쓴다
나 자신으로는 사랑받지 못할 거란 두려움
가짜 사랑의 끝은 필연적으로 이별
진짜 사랑은 나 자신이 될 용기
나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세상을 사랑하는 것.
love myself"
P.S (3)"누군가의 삶에 잠깐이라도 족적을 남길 수 있다면 이미 음악으로써 그 기능을 충실히 다 한 것 아닐까요?"
라고 말했던 16년도 3월에 인터뷰 했던 준이의 이 말... 친숙하시지 않으세요??
"여러분의 꿈, 꿈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의 삶, 인생에
저희의 존재가 저희의 음악이 저희의 무대가
저희의 사진이 영상이 여러분한테 아주 조금이라도
아픔이 100이라면 그걸 99 98 97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존재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2017년 12월 11일 윙즈 파이널 콘서트 RM 마지막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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