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늘 과도기 같다.”

 

 

준이의 2017419일 로그를 기억하시나요?

 

분홍색 옷을 입고 등장한 준이는 미주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하와이로 본보야지 여행을 떠나고 온 뒤였죠.

 

문득 시작이 태동기이고 중간이 과도기라면 끝은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깊은 얘기를 시작했어요.

저도 보면서 끝은 뭐라고 부르더라?? 하며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좀 다른 거였죠.

 

대상을 받고 축하를 받고 사람들도 계속 어떻게 해서 좋겠다고 해도...

늘 무언가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든다. 어느 사이에.”

 

이런 준이의 이야기가 앨범 준비가 한창이었을 716일에 공개되었음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겠어요. 아마 준이가 오래 전부터, 그리고 당시에도, 아마 지금까지 하고 있는 생각일테죠.

 

그 생각의 시작을 보려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네요.

 

 

 

태동기 : 2 COOL 4 SKOOL

 

이 앨범에는 히든 스킷과 히든 트랙이 있어요.

 

히든 트랙 ‘Skit : on the start line’에서

 

연습생

어찌 보면 나 자체이지만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말

어딘가에 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엇을 하고 있지도 않은 그런, 과도기

 

내가 그 연습생 신분으로 살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건

친척들과 친구들의

언제 나올 거냐고 데뷔 언제 할 거냐고 하는 그런 질문들이었다.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니까

 

나도 그 답을 알 수 없으니까

 

자신감과 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곳에 왔지만

나를 기다리던 건 정말 다른 현실

 

아직도 삼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나가면 가요계를 정복해버리겠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에 찼다가도

막상 피디님들과 선생님들께 혼나고 나면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정말 먼지밖에 안 되는 것 같은 그런 기분

 

꼭 마치 내 앞에 푸른 바다가 있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황량한 사막이 나를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

 

정말 그 모래시계 같은 기분 속에서 나는 연습생 3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데뷔를 앞두고 있다.

내가 데뷔를 하더라도 아마 다른 사막과 바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치만 조금도 두렵지 않다

분명 지금 나를 만든 건 내가 본 사막과 바디이니까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봤던 그 사막과 바다를

 

나는 연습생이니까

 

 

방탄소년단의 시작이기에 태동기라고 소제목을 붙였지만,

준이는 데뷔를 앞둔 연습생이란 자신의 신분을 과도기로 불렀네요.

 

역시 늘 과도기 같다는 준이의 말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부풀은 야망과 같은 확신, 그리고 먼지가 같은 좌절의 반복을

바다와 사막을 오간다고 표현했던 준이.

 

데뷔를 해도 그 바다와 사막을 절대 잊지 않을 거라는 준이의 마지막 말이 강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어요.

 

 

과도기 : Young Forever

 

막이 내리고 (나는 숨이 차)

복잡해진 마음, 숨을 내쉰다

오늘 뭐 실수는 없었었나

관객들의 표정은 어땠던가

그래도 행복해 난 이런 내가 돼서

누군가 소리지르게 만들 수가 있어서

채 가시지 않은 여운들을 품에 안고

아직도 더운 텅 빈 무대에 섰을 때

 

더운 텅 빈 무대에 섰을 때

괜한 공허함에 난 겁을 내

복잡한 감정 속에서

삶의 사선 위에서

괜시리 난 더 무딘 척을 해

처음도 아닌데 익숙해질 법한데

숨기려 해도 그게 안 돼

텅 빈 무대가 식어갈 때쯤

관객석을 뒤로 하네

 

지금 날 위로하네

완벽한 세상은 없다고 자신에게 말해 난

점점 날 비워가네

언제까지 내 것일 순 없어 큰 박수갈채가

이런 내게 말을 해, 뻔뻔히

니 목소릴 높여 더 멀리

영원한 관객은 없대도 난 노래할거야

오늘의 나로 영원하고파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

Ah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

Forever ever ever ever

(, 희망, 전진, 전진)

(후략)

 

 

노래는 무대가 끝나고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공허함, 복잡함... 여러 감정이 들지만 그 속에서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죠.

 

그리고 마침내 영원한 건 없지만 그럼에도 노래할 것이라는 홉이의 가사.

 

넘어지고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꿈을 향해 달린다면 우리는 영원히 소년이다라는 결론.

 

 

Skit : 망설임과 두려움

 

최근 발매된 앨범의 히든 스킷에서는 첫 앨범의 히든 스킷과는 다르게 멤버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Young Forever의 구성처럼 성공적인 빌보드 수상장면을 다시 복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죠.

 

빌보드가 뭔지도 몰랐던 예전을 돌아보다가

이제 내려갈 땐 올라왔던 것 보다 더 빠르게 될까봐걱정하는 말을 하죠.

 

Young Forever 앨범에서 보다 한 단계 더 성장했지만

아직도 망설임과 두려움 사이에서 방황하는 멤버들.

 

 

Hidden track : 바다

 

히든 스킷에서의 감정은 마지막 히든 트랙으로 이어집니다.

 

어찌 어찌 걸어 바다에 왔네

이 바다에서 난 해변을 봐

무수한 모래알과 매섭고 거친 바다

여전히 나는 사막을 봐

(중략)

바다인지 사막인지

희망인지 절망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중략)

결국 신기루는 잡히고 현실이 됐고

두렵던 사막은 우리의 피땀눈물로 채워 바다가 됐어

그런데 이 행복들 사이에 이 두려움들은 뭘까

원래 이곳은 사막이란 걸 우린 너무 잘 알아

(후략)

 

 

데뷔 후에도 바다와 사막을 오갈 것이라고 말했던 준이는

이제 바다와 사막은 사실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였음을 압니다.

 

진짜와 가짜, 절망과 희망은 구분해낼 수 없는 거니까요.

진짜는 가짜가 있어야만, 절망은 희망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니

태초부터 그것은 하나였고, 동시에 때로는 아무것도 아니죠.

 

 

다시 417일의 로그로 돌아와볼까요?

 

“5년차인 지금도 아직도 두렵고 서글프다.

그렇지만 그게 나고

나는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

조금만 더 노력해야 한다. 파이팅.”

 

5년이 지난 지금도 준이는 아직도 두렵고 서글픕니다.

곡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닐 줄 알았지만 여전히 글자 하나 멜로디 하나에 목을 메기도 할테죠.

마음을 크게 가지려 해도 소심해지고, 부지런하고 싶지만 게으를 때도 있고.

 

좀 더 강하고 당당하고 부지런한 내가 됐으면 좋겠다고 로그에서 말했던 것처럼.

준이는 자신에게 아직도 바라는 것이 많아요.

 

하지만 괜찮겠지요.

준이는 그런 모습이 자기 자신인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나아갈테니까요!

 

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언제나 그렇듯 준이가 로그를 끝내는 방식이 제일 근사한 것 같아요.

 

파이팅!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